이탈리아는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사랑하고 즐기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카푸치노 등 다양한 커피 스타일은 물론, 커피를 둘러싼 철학과 생활 방식까지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중심에는 바로 ‘바리스타’라는 전문 직업이 존재하죠.
이번 글에서는 이탈리아 영화 속 바리스타와 커피 문화를 중심으로, 인간관계와 삶을 어떻게 그려내는지를 소개합니다.
실존하는 영화만을 바탕으로 구성하였으며, 2025년 6월 기준 시청 가능한 OTT 플랫폼 정보도 함께 제공합니다.
바리스타, 커피 그리고 로마 – 《Facing Windows (La finestra di fronte)》
감독: 페르잔 오즈페텍 (Ferzan Özpetek)
개봉: 2003년
원제: La finestra di fronte
OTT 정보: Apple TV, Google TV (유료 대여/구매)
이 영화는 커피와 바리스타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작품은 아니지만, 커피 향기와 제과점의 따뜻한 공기가 극 전체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주인공 지오반나는 주부이자 제과점 직원으로서, 매일 같은 일상과 고민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억을 잃은 한 노인을 우연히 돕게 되면서 그의 삶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영화 속 제과점과 카페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과 감정을 반영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작용합니다.
지오반나가 커피를 준비하는 손길, 단골 손님과의 짧은 대화는 바리스타의 일상이 단순한 노동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바리스타는 단지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하고 위로를 건네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는 커피 한 잔의 시간이 얼마나 큰 여운을 줄 수 있는지를 강조합니다.
지오반나가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장면에서, 커피를 만드는 행위는 그녀가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바리스타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커피는 그녀의 삶에 일종의 휴식과 영감을 주는 도구로 등장하며, 커피가 단순한 음료를 넘어선 문화적 의미를 지녔음을 암시합니다.
커피로 이어지는 인연 – 《Caffè》
감독: 크리스티안 마르토리오레나 (Cristiano Bortone)
개봉: 2016년
원제: Caffè
OTT 정보: Google TV, Watcha (일부 국가 시청 가능)
《Caffè》는 제목 그대로 커피에 관한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벨기에, 중국이라는 세 나라의 커피 관련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고 있으며, 각기 다른 환경 속 인물들이 커피를 매개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탈리아 파트에서는 커피 공장에서 일하는 젊은 바리스타가 중심이 됩니다.
그는 해고 위기에 처한 동료들과 함께 일터에서의 존엄성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커피는 단지 상품이 아니라, 자부심이며 삶의 일부입니다. 이탈리아 바리스타들이 커피에 쏟는 열정과 전문성은 단순한 노동의 차원을 넘어서 있습니다.
커피를 만드는 순간순간마다 바리스타는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냅니다.
이 영화는 커피산업의 현실도 함께 비춥니다.
노동 환경, 무역 불균형, 문화 간 차이 등 커피 한 잔 뒤에 숨겨진 복잡한 구조를 드러냅니다.
특히 바리스타가 자부심을 느끼던 작업장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흔들릴 때, 그는 '내가 만든 커피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예술과 커피의 경계 – 《The Great Beauty (La grande bellezza)》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Paolo Sorrentino)
개봉: 2013년
원제: La grande bellezza
OTT 정보: Netflix, Amazon Prime Video
이 작품은 전형적인 ‘바리스타 중심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로마라는 도시와 그 안에서 마시는 커피는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주인공 제프 감바르델라는 65세의 언론인으로, 인생의 의미를 되짚으며 로마 곳곳을 떠돕니다.
그의 일상은 고급 카페, 거리, 예술 공간 등에서 펼쳐지며, 이 모든 장소에는 커피가 함께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커피는 인생을 반추하고, 대화를 이끌며, 기억을 상기시키는 문화적 장치로 등장합니다.
제프는 커피를 마시며 젊은 날의 사랑, 상실, 성공과 허무함을 되새깁니다.
커피는 말없이 그 모든 순간을 함께하고 있으며, 관객 또한 커피잔 너머로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탈리아 영화 속 바리스타는 단지 커피를 추출하는 기술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삶의 한 장면을 함께 만드는 예술가이자, 사람들 간의 교감을 이끌어내는 중재자입니다.
커피 한 잔에는 정체성, 감정,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고, 영화는 그 진실을 은은하게 보여줍니다.
오늘 소개한 세 편의 영화는 2025년 기준 국내외 OTT를 통해 시청 가능합니다.
이탈리아 커피문화를 한걸음 더 이해하고 싶은 분이라면 꼭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